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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홍루몽


『홍루몽(紅樓夢)』을 언급하면 중국에서는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는 화제의 원천"이라고들 말한다. 어느 곳이든 중국인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 책이 한번 거론되기만 하면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라 좌중의 분위기를 흥분시킨다. 사실 『홍루몽』은 간단히 말하면 그저 한편의 소설일 뿐이다. 하지만 지난 2백여 년 동안 근ㆍ현대의 중국인들에게 『홍루몽』은 소설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이 작품을 '만리장성과도 바꿀 수 없는 중국인의 자존심'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어떻게 하여 감히 '경학(經學)'에 빗대는 말로, 일개 소설을 연구하는 학문을 일컬어 '홍학(紅學)'이라고 말하게 되었을까? 또 그 홍학은 어떻게 하여 20세기 초엽부터 중국은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갑골학(甲骨學) 및 돈황학과 더불어 3대 현학(顯學)1)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단순한 연애소설로 끝날 것 같았던 『홍루몽』과 그의 작자에 얽힌 사연은 날이 갈수록 흥미를 자아내는 끝없는 호기심의 원천이 되어 통속소설의 세계를 민족의 명운과 국가 대사의 중차대한 관건으로까지 인식하게 되어 당대의 석학들이 앞다투어 홍학의 대열에 가담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통속문학에 대한 지식인의 깊은 관심은 명대 후반에 시작되었다. 이탁오(李卓吾)는 감히공자의 절대 권위에 달려들었다가 끝내는 옥중에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였고, 청초 김성탄(金聖嘆)도 절대 권위에 대항하였지만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수호전』과 『서상기』는 그들로 인해 경사(經史)의 명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던 것이다. 청나라 시대 초기에 『유림외사』와 『홍루몽』과 같은 명작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 앞서 정통문학의 권위에 맞서 개인의 인성을 중시하고 감성을 과감하게 표현하도록 한 선각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